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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전자출판

책을 쓰려면 먼저 많이 읽자

만일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면, 책을 쓸 시간도 없다

- Stephen King

 

책을 쓰려면 먼저 많이 읽어야 합니다. 다독은 풍부한 표현력과 상상력을 가져다줍니다. 저자가 모든 일을 경험하고 책을 쓸 수는 없습니다. 책을 통하여 여러 상황과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독서가 간접 경험을 만들어줍니다. 같은 곳을 갔다 와도 사람마다 본 것이 틀리고, 느낀 것이 다릅니다. 다른 시각으로 다른 가슴으로 봅니다. 표현을 달리합니다. 이같이 책을 통하여 다른 생각, 다른 시각을 볼 수 있습니다.

 

다독은 보통 많이 읽는 것을 말합니다. ‘많이는 책의 종류와 읽는 회수를 의미합니다. 두보의 시에 나오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입니다. 또 공자가 <주역>을 거듭 읽어서 죽간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 끊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정독은 깊이 읽기입니다. ‘깊이라 함은 천천히 꼼꼼히 읽으면서 의미를 새기고, 새기는 것을 정독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쓴 의미를 깨달아 아는 것입니다.

 

정민 한양대 교수의 말입니다.

옛사람들이 말하는 다독은 이 책 저 책 많이 읽는 다독이 아니라, 한번 읽은 책을 읽고 또 읽는 다독이었다. ‘논어’ ‘맹자같은 기본 경전은 몇백 번 몇천 번씩 숫자를 세어가며 읽었다.

김득신 같은 사람은 백이열전112천 번이나 읽어, 당호를 아예 억만재라고 지었을 정도다. 이쯤 되면 다독은 정독의 다른 말이 된다.

소는 여물을 대충 씹어 삼킨 뒤, 여러 차례 되새김질하면서 완전히 소화 시킨다. 우작, 즉 소가 되새김질하듯 읽는 독서법은 한번 읽어 전체 얼개를 파악한 후, 다시 하나하나 차근차근 음미하며 읽는 정독이다. 처음엔 잘 몰라도 반복해 읽는 과정에서 의미가 선명해진다. 인내심이 요구되는 보람이 크다.

고래는 바다 속에서 그 큰 입을 쩍 벌려서 물고기와 새우를 바닷물과 함께 삼켜버린다. 입을 닫으면 바닷물은 이빨 사이로 빠져나가고 물고기와 새우는 체에 걸러져 뱃속으로 꿀꺽 들어간다. 소화를 시키고 말고 할 게 없다. 씹지도 않은 채 그대로 뱃속으로 직행한다고래의 삼키는 독서법은 강렬한 탐구욕에 불타는 젊은이의 독서법이다. 그들은 고래가 닥치는 대로 먹이를 먹어치우듯 폭넓은 지식을 갈구한다.”

 

먼저 고래가 물고기와 새우를 삼키듯 많은 책을 읽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읽다가 보면 어느 책은 읽고 또 읽어야 할 책이 있습니다. 그런 책은 소가 여물을 되새김질하듯이 반복해서 음미합니다. 그러면 완전히 소화되어서 내 지식이 됩니다.

책을 특히 내가 쓰려고 하는 주제의 책이나 문체가 마음에 드는 책을 읽으면 좋습니다. 같은 주제의 책은 내 책의 깊이를 더해주고, 다른 책과 차별성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같은 주제의 책을 읽지 않고 쓴다면 이미 나와 있는 책보다 내용이 부실해지거나 중복되어 새 책의 의미가 없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같은 종류의 책을 읽고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이 참신한지, 맞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소한 5, 6권은 읽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나와 맞는, 좋아하는 문체의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많이 읽다 보면 문체가 비슷하게 됩니다. 잘 쓴 작가의 책은 배울 점이 많습니다. 수없이 읽다 보면 표현 방식이나 전개를 따라 하게 됩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로 똑같은 책은 나오지 않습니다. 문체를 흉내 내었다고 문제 되지 않습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으로 많은 사람의 글쓰기 멘토가 된 유시민씨도 똑같은 권고를 합니다. 유시민씨는 박경리의 토지를 많이 읽으라고 권합니다책을 읽다 보면 어느 작가의 글이 딱 마음에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옆에 두고 자주 읽으세요. 점점 문체가 닮아 갑니다.

 

아들을 키우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아빠랑 하는 게 똑같아. 유전적으로 그래서 그런가 보다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대부분은 아이들은 자기가 본 사람을 모방합니다. 자주 보는 사람을 따라 합니다. 그래서 닮는 것입니다.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른 결론입니다글도 같습니다. 자꾸 읽다 보면 따라 하기 마련입니다. 일부러 작문을 배우러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그보다 더 좋은 선생은 없습니다.

 

독서는 독해력입니다.

우리가 영어 원본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책을 보면서는 찾지 않습니다. 그냥 문장 전체로 이해하고 넘어갑니다독해력의 첫 번째가 어휘 이해력입니다. 어휘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알고 넘어가야 어휘력이 풍부해집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어휘력이 풍부해야 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이유가 어휘력을 키우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단어를 보면 우리는 그 단어에 맞는 수식어나 서술어를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사과라는 단어가 나왔다면 마음속에는 벌써 빨간 사과인가, 파란 사과인가 하고 스쳐 지나갑니다. 사과에 대한 서술어도 익었다, 맛있다, 매달렸다, 떨어졌다 등 많은 글을 추론하게 되고, 작가의 표현이 적절한지 평가합니다.

 

문장과 문장을 비교합니다. 문장의 연결이 자유스러운지, 아니면 부자유스러운지 뇌는 벌써 알아차립니다. 어떤 문장에서 느낌이 확실히 온다면 뇌는 그곳에서 활성화됩니다. 그리고 기억으로 남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글자 자체만으로 읽지를 않습니다. 글이 나타내는 모습과 작가가 던지는 의미를 읽어냅니다. 작가가 글 중에서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찾습니다. 작가가 투수라면 독자는 포수입니다. 작가는 공을 잘 통제해야 포수가 받아냅니다. 작가의 컨트롤이 잘 된 공을 통해 감정이입이 일어납니다. 감정이 잘 전이되는 책이 좋은 책입니다.

 

책을 많이 읽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보 수집입니다. 책만큼 집대성한 정보는 없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단편적이고, 부분적입니다. 인터넷상 정보가 다 맞다 할 수는 없습니다. 엉터리 정보도 많습니다.

책은 그 분야에 대해 저자가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정리해서 쓴 것입니다. 그러므로 책은 정보의 보고입니다. 책을 통해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저자의 이름으로 출판한 책이기 때문에 거짓으로 쓰기가 어렵습니다. 거짓으로 쓴 책은 금방 탄로가 나고 찾지를 않습니다.

 

새로 책을 쓰시는 분들은 기존의 책보다 더 새롭고, 더 다양하게 책을 쓰셔야 합니다. 같은 주제라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조금 각도를 틀리게 높낮이가 다르게 보면 됩니다.

 

여행서를 예를 들어보아도 뉴욕에 관한 책이 많이 있습니다. 책들 사이에 중복되는 내용이 있지만, 뉴욕을 보는 시각이나 접근하는 방법이 틀립니다. 큰 도시로 보는 시각이 있고, 뉴욕시 안의 동네별 특징을 중심으로 보는 책이 있습니다. 예술이나 취미 등 다른 시각을 중심으로 엮은 책이 있습니다. 인물 중심으로 도시를 소개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뉴욕시라도 어느 각도에서,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책이 다르게 나옵니다. 뉴욕 안내책만 해도 수없이 많습니다.

 

독서는 저자가 문자로 나타낸 생각을 읽는 과정입니다. 저자는 문자를 통하여 어떤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잘 쓴 책이란 결국 그 생각을 잘 전달하는 책입니다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느낌을 주는지 모르겠다면 책이 잘못 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책을 본받는다면 결코 좋은 책이 될 수 없습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처럼 어느 수준의 지성을 넘어서야 이해가 되는 책은 예외로 하더라도 보통 책은 쉽게 읽히고, 이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책을 교본으로 삼아 다독을 하면 내 책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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