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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전자출판

무조건 첫 문장을 시작한다

첫 줄을 쓰는 것은 어마어마한 공포이자 마술이며,

기도인 동시에 수줍음이다.

- 존 스타인백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첫 문장의 두려움에 떠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마음의 벽을 넘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과정입니다. 그냥 한 문장을 끝까지 쓰고 마침표를 찍으세요첫 문장을 쓰고 아주 만족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보통 이게 글이야 하고 실망하지요. '내가 현재 쓸 수 있는 글은 여기까지야'라고 스스로 인정해 주고 다독여 주십시오. 시작이 반입니다.

 

이제 시작했으니까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문장을 이어가십시오. 띄어쓰기, 맞춤법, 논리 안 맞아도 됩니다. 그런 것은 나중에 고치면 됩니다. 그냥 달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완성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속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입니다. 이 글을 누가 보면 어떡해. 너무 창피할거야. 아무도 안봅니다. 출판되어 책이 나오기 전에는 안 봅니다. 그러니 마음 놓고 쓰세요.

 

쓰다가 막히세요. 그럼 차 한잔하고 쉬세요. 지금 당장 안 쓴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받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연속극 시나리오 작가처럼 마감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닙니다. 나 자신에게 이만큼만 써도 잘했다고 격려해 주세요. 자기 긍정, 자존감 부여가 제일 중요합니다.

 

글을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마세요. 한 줄 쓰고 고치고, 바로 고치시는 분이 있습니다. 초고를 쓸 때는 그냥 쓰세요. 고치는 것은 다 쓴 후에 하세요모든 저자는 초고를 고칩니다. 한번 써서 바로 작품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전문 작가가 아닌 일반인은 고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글을 쓰면 됩니다.

 

그래도 첫 문장이 시작 안 된다면 생각나는 단어를 적어보세요. 브레인스토밍할 때 이런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단어를 보면서 또 다른 말을 연상하고 적습니다. 적어놓은 말을 서로 연결해 봅니다. 그러면 어떤 문장이 이루어집니다. 뼈대는 세워진 것입니다여기에 살을 좀 붙이고, 옷을 입히면 멋진 글이 됩니다. 옷도 처음부터 비싼 명품 옷을 생각하지 말고 아무 곳에서나 파는 옷을 입히세요. , 멋진 표현을 만들려 하지 말고, 주변에서 듣는 일상의 언어로 입히시면 됩니다.

사실 전문 작가들도 첫 문장을 굉장히 어려워합니다. 첫 문장이 멋지면 글 전체가 멋지고, 첫 문장이 별로이면 책의 내용도 볼 것 없습니다.

 

첫 문장은 짧고 강렬하되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첫 문장은 독자가 처음 만나는 작가의 세계이며, 문입니다. 이를 통해 작가가 느끼는 감정의 나라로 이끌어 옵니다.

 

작품 중 인상적인 첫 문장은 어떤 것일까요?

대표적으로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첫 문장을 꼽습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이것을 보면 힘이 있습니다. 이 문장으로 다음 문장들이 잘 연결됩니다. 김훈 작가는 꽃이로 할지 꽃은으로 할지 며칠을 두고 고민했다고 합니다. 조사 하나 차이이지만 는 사실을, ‘은 의견을 가르친다면서 고심한 끝에 작가는 사실을 택했습니다. 이순신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아니고 사실만 보여주겠다고 하였답니다.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첫 문장은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로 무언가 약자의 감정이 울려 나옵니다.

강신재 작가의 <젊은 느티나무>의 첫 문장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났다는 상큼한 연모의 감정이 베 나오는 모습입니다.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를 쓸 때 마지막 페이지까지 총 39번을 새로 썼다고 합니다. 처음 쓴 것이 끔찍해서 고쳐서 다시 쓰고 했습니다. 그는 글 쓰는 일은 그저 죽치고 앉아서 쓰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운동 계획을 세웁니다. 올해부터는 건강을 위해서 매일 운동하자고 결심합니다. 수영이나 헬스 또는 여러 운동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가까운 체육관에 등록합니다등록만 해도 대단한 실천입니다.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등록을 했으니 반이나 한 것입니다. 그런데 첫날 나가려고 하면 갑자기 일이 생깁니다. 약속이 생긴다거나 회사에서 잔업으로 늦어집니다내일부터 해야지 하면서 하루를 미룹니다. 첫 시작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하루 미루었지만, 다음 날은 나갑니다. 이제 시작했습니다. 매일 빠지지 않고 나가려 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안 하던 운동을 하니 몸이 뻐근해져 쉬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또 약속이나 다른 일이 생겨 가지 못하게 다리를 잡습니다. ‘작심 3이라고, 흐지부지해집니다.

 

첫 문장을 시작했으면 이제는 꾸준히 쓰는 일이 중요합니다. 매일 빠지지 않고 써나가야 합니다. 오늘은 일이 있어서 못 쓰고, 내일은 바빠서 못하고, 이러다 보면 끝이 나지 않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또 글을 쓸 때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아니 집중력이 제일 좋을 때 글을 씁니다. 매일 오전 시간에 글쓰기를 합니다. 이런 집중력과 지속력이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작가 자신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을 적은 에세이집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젊은이들이 이런 소확행을 추구하는 삶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해변의 카프카 / 무라카미 하루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나는 차창의 커튼을 열고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비는 완전히 그쳐 있었지만, 그친지 얼마 안 되었는지 창밖으로 보이는 것 전부가 검게 젖은 채, 물방울을 떨어뜨리고 있다. 동쪽 하늘에는 윤곽이 뚜렷한 구름 몇 조각 떠 있고, 그 구름 들 가장자리에는 은은한 빛이 어려 있었다. 광선의 색깔은 불길하게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호의적으로도 보인다. 보는 각도에 따라 그 인상은 시시각각 변한다)

그냥 본 모습을 쓰고 있습니다. 단락 마지막에 감정을 넣어 글을 완성했습니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을 쓴 김훈 작가의 강연 중 한 부문입니다. “지금은 내게 강요된 마음이 없이 자유롭게 살고 있기 때문에. 가장 무서운 것이 규율이다. 내가 나 자신에 관한 규율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규율로 잡아줄 사람이 없다. 내가 나 자신을 다스려 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에 나의 삶의 성패가 달렸다.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규율이 없으면 건달밖에 안 된다. 스스로 시간을 정해 놓고 매일 열심히 하려고 한다. 오늘은 책을 조금 읽자, 오늘은 글을 몇 자 쓰자는 식으로 지키려고 한다. 항상 마감을 정해 놓지 않고 하루 다섯 장을 쓰려고 정해 놨다.”

 

그냥 끈기 있게 쓰십시오. 좋은 첫 문장은 한 권의 글을 완성하는데 기초가 됩니다. 그렇다고 좋은 문장을 찾기 위해 시간을 너무 소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시작하고 보세요. 시작이 반입니다.

 

첫 문장을 쓰고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이제는 지속력입니다. 책을 완성할 때까지 끈기 있게 쓰시면 됩니다.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씨는 하루에도 수백 번 넘어지면서 연습하여 대선수가 되었습니다. 엄마를 따라간 어린 김연아는 처음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에 똑바로 서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넘어지면 일어서고 해서 점점 고난도까지 익혀 나갔습니다.

 

누가 더 끈기 있게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첫 문장을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하세요. 책이 되어 내 수중에 들어오는 순간 희열이 말할 수 없습니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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